원격의료 일부 찬성, 자법인 허용 환영에 ‘비난’ 

 

대한병원협회(회장 김윤수)가 보건의료단체들로부터 집중적인 포화를 맞고 있다. 

 

이유는 지난 1월 14일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의료법인에 대한 자법인 설립 허용, 부대사업 범위 등을 골자로 하는 투자활성화대책에 대해 찬성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본격화 됐다. 

 

김윤수 회장은 신년기자회견에서 “의료법인의 자법인 허용은 전국 880여개 의료법인들의 재정상태 개선과 병원수출, 해외관광환자의 산업화를 위해 정부에서 규제를 완하하는 차원에서 발표된 정책이다”며 “해석에 따라 다르겠지만 의료민영화와 영리병원의 관계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의료자법인을 통해 얻어진 이익금은 어려워져만 가는 의료법인에 재투자되어 더욱 안정되게 만드는 제도다”며 “본질을 떠나 사회 문제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원격의료와 관련해서도 부정하지 않는 입장을 보였다. 

 

김 회장은 “대면 진료가 가장 좋다”며 “많은 나라에서 진행하고 있고, 꼭 해야 한다면 만성경환자, 도서지방, 산간벽지, 장애자, 거동이 불편한 노인에 대해 일정한 규제와 제한을 둬서 폭발적인 환자 감소를 통해 병의원의 몰락을 초래할 수 있는 사태는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또 “수가 및 의료전달체계가 제대로 되면 원격의료는 문제가 안 될 것이다”며 “복지부와 함께 협의체를 통해 구체적인 해결 방안에 대해 논의해 나아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파업을 통해 국민들에게 불편을 주는 것보다 협의체를 통해 해결방안을 찾아나아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백성길 부회장은 “대한의사협회의 이번 파업결정은 실패를 예고한 것이다. 이번 결정은 병협이 찬성하지 않은 상황에서 결정을 한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해 대한약사회,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등 각 보건의료단체들은 잇따라 병협의 독자적 행보를 비난하는 성명서를 발표, 직역 이기주의를 벗어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의협은 지난 1월 16일 ‘투쟁에 찬물을 끼얹는 병원협회가 애처롭다’는 내용의 자료를 통해 “병협이 정부 정책을 반기는 행동은 다분히 의도적이다”며 “병협은 의료인 단체가 아니며, 의사 단체는 더더욱 아니고, 병원은 경영하는 사람들의 단체다”고 선을 그었다.  

 

또 “병원 소속 근무 의사들은 병협이 아닌 의협 소속회원이기 때문에 병협은 병원 근무 의사들을 대표하는 기구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대한약사회도 “병원 경영이 어려워 자법인을 둔다는 것은 환자의 푼돈까지 편법적으로 받겠다는 의도다”며 “자법인 허용을 통한 의료수익 개선이 아닌 저수가 제도 개선을 통해 의료수익을 정상화하는 것이 바른 길이다”고 강조했다.  

 

대한한의사협회도 특정직역의 이익을 버리고 국민건강을 생각하라며, 병원협회를 비난하고 나섰다. 

 

한의협은 “자법인 허용은 의료기관이 공공재 역할을 수행하기보다 이윤창출에 몰두하게 될 것이다”며 “병협은 지금이라도 의료 영리화와 원격의료에 대한 잘못된 판단을 버리고 국민과 보건의료단체들의 주장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한치과협회도 “병협의 입장은 국민이 아닌 병원경영자들 입장만을 대변한 것으로 의료인 단체가 아니라 병원 경영자들의 모임일 뿐이다. 병협의 관심사는 오로지 최고의 이익이다”고 주장했다.  

병협, 의협회장과 회동 추진…양 단체 반목 청산 공조체제 구축 위해, 3월 3일 이후 예상

대한병원협회 김윤수 회장이 대한의사협회 노환규 회장과 회동을 추진하기로 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병협은 최근 의협과의 대립, 갈등이 커지는 부분에 대한 안타까움과 함께 반목을 청산하자는 의미에서 이같은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는 그동안 해오던 수위 높은 비난과는 다른 모습이다.

김윤수 회장은 지난 1월 24일 기자들과 만나 “의협과 병협은 한 가족인데 마음과 달리 반목이 이어져 안타깝다. 하루속히 관계 개선을 통해 의료계 발전을 논의하고 싶다”며 “양 단체의 갈등보다는 의료계의 제대로 된 공조체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사안에 따라 다른 의견이 있음을 인정하고, 비방보다는 상호 발전을 위해 독려하고 지원하는 사이가 되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특히 병협은 “양 단체의 회장이 만나는 것을 추진하겠지만 3월 3일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고 밝혔다.

 

또 “병협 소속 848개 의료법인에 종사하는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약사 등 수만명의 보건의료인들이 의료영리화에 반대하고 있으며, 병협은 일부 경영진이 아닌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병협 관계자는 “보건의료단체들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행동에 지나지 않는다”며 “투자활성화정책에 찬성한다는 기존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 “의협의 총파업 투쟁에 대한 명분은 충분치 않다”며 “국민들은 의협의 이번 총파업 이유가 수가 인상으로만 잘못 전달되고 있고, 정부의 엄정 대처 입장도 변함이 없는 만큼 총파업 보다는 대화를 통해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기존의 입장을 재차 설명했다. 

 

한편 병협은 6개 보건의료단체 영리화 저지 공동행동에도 빠져있는 상태다. 

 

대한중소병원협회 백성길 회장과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 윤해영 회장은 지난 1월 15일 대한의사협회 노환규 회장, 서울시의사회 임수흠 회장(의협 부회장)과 긴급회동을 갖고 의료제도 관련 현안과 오랫동안 풀리지 않는 관치의료제도 등에 대하여 장시간 의견을 나누었다. 

 

백성길 회장은 “현재 의협이 의료현안에 대해서 잘 대처하고 있다”며, “의협의 주장에 중소병원협회는 대부분 공감하고 있다. 의협도 중소병원협회가 당면해 있는 여러 가지 제반 현안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대처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윤해영 회장은 “원격의료・영리병원 중단 등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건강권 차원에서 장・단기의 의료제도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단기 과제로 건강보험 재정 누적 적립금이 수조원에 달하는데도 불구하고, 11, 12월분 의료급여환자 진료분이 미지급되고 있어 회원병원들이 운영에 큰 타격을 입고 있고, 카드 수수료 등이 인상되어 압박을 받고 있는 등 현실적 문제로 고통스러워한다”며 “공동 대응하여 대책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노환규 회장은 “의료급여환자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미지급 문제는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해마다 반복되는 문제인 만큼 근본적인 재발방지장치 마련에 힘쓰겠다”고 답했다.